MBTI 팩트폭력기를 첫 아이템으로 선택한 배경
MBTI 팩트폭력기는 MBTI에 기반해, 말 속에 숨은 의도를 ‘팩트 폭력’ 스타일로 재해석해주는 웹 도구다. 겉으로는 가볍고 장난스럽다. 하지만 내가 이걸 첫 아이템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1) “같은 말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이지?”에서 시작했다
살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온다.
- 누군가가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한다.
- 나는 그 말을 듣고 “아, 진짜 조만간 만나자는 뜻이구나”라고 받아들인다.
-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고, 상대도 별 의미 없었다는 듯 지나간다.
반대도 있다.
- 누군가는 “언제 한번 보자”를 정말로 ‘약속’에 가까운 말로 던졌는데
- 나는 그걸 그냥 인사치레로 받아들이고 넘긴다.
- 결과적으로 서로는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반응하지?”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내가 흥미로웠던 지점은 이거였다.
말은 같은데, 사람마다 그 말에 붙이는 기본값(온도/의도/우선순위)이 다르다.
이게 누가 착해서도, 나빠서도 아니다. 그냥 해석 엔진이 다르다는 문제다.
2) MBTI는 ‘사람을 규정’하기보다, ‘해석의 차이’를 드러내는 프레임이었다
MBTI를 진지하게 신봉해서가 아니라, 대화의 오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설명해주는 프레임으로 쓸 수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같은 문장이라도 이런 차이가 생긴다.
- 어떤 사람은 “말 그대로”를 우선으로 읽고
- 어떤 사람은 “말 뒤의 맥락/관계/의도를” 먼저 읽는다
- 어떤 사람은 “지금 당장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하고
- 어떤 사람은 “방향성이 맞는지”를 먼저 본다
특히 내가 자주 체감한 것은 S와 N의 충돌 같은 종류의 차이였다.
- S는 지금 확인 가능한 근거를 중심으로 말이 정리되는 편이고
- N은 가능성과 맥락을 전제로 말을 이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같은 대화를 해도, 한쪽은 “결론이 없다”라고 느끼고, 다른 한쪽은 “맥락을 안 본다”라고 느낀다.
이 충돌을 완전히 없애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아, 저 사람은 저렇게 읽는 엔진이 기본값이구나”를 알면 대부분의 대화가 덜 날카로워진다.
3) “팩트 폭력”이라는 포맷은 가벼운 웃음이면서, 동시에 실험 장치였다
나는 이걸 ‘상담 서비스’처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첫 아이템은 특히, 가볍게 시작해야 오래 간다고 봤다.
그래서 일부러 톤을 이렇게 잡았다.
- 문장은 짧게
- 결과는 직설적으로
- 웃긴데, “아… 그러네”가 나오게
‘팩트 폭력’이라는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의도가 있다. 사람들이 보통 관계의 오해를 다룰 때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핵심이 흐려지거나, 뻔한 말로 끝나기 쉽다.
반면 팩트폭력기 톤은
- 핵심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 사용자가 “진지한 방어”를 하기 전에 웃으며 받아들이고
- 그 틈에 “아, 나도 저렇게 해석했나?” 같은 자각을 만들 수 있다
즉, 가볍게 웃기지만, 실제로는 ‘자기 해석을 비춰보게 하는 장치’ 가 된다.
4) 진짜 목적은 딱 하나였다: 긴장과 오해를 조금이라도 덜기
이 제품의 목적은 거창하지 않다.
“사람마다 말 뒤에 깔린 기본값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서, 관계에서 생기는 긴장과 오해를 조금이라도 덜어보자.
누군가의 말이 마음에 걸릴 때, 대부분은 “저 사람이 나를 무시했나?” “날 싫어하나?”로 튄다.
하지만 해석의 가능성이 2~3개로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 “저 사람은 원래 말을 저렇게 던지는 타입일 수도 있다”
- “약속이 아니라 관계의 신호를 주는 방식일 수도 있다”
- “지금 당장 실행보다 ‘분위기 유지’가 목적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바로 싸우지 않는다. 바로 상처받지 않는다. 내가 덜 긴장한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건 결국 그 정도의 변화였다.
5) 그래서 ‘첫 아이템’으로 좋았다: 가볍게 시작하고, 빠르게 실험할 수 있었다
MBTI 팩트폭력기는 첫 아이템으로서 여러 조건을 만족했다.
- 진지하지 않은 소재라서 부담이 적고, 시작이 빨랐다
- 한 문장만으로 바로 사용 가능해서 진입장벽이 낮았다
- 결과물이 콘텐츠라서 공유/저장/회고로 확장 가능했다
- 무엇보다 “반응”이 빠르게 보이니 개선 루프를 돌리기 좋았다
결론적으로, 이 아이템은 나에게 “첫 제품을 만든다”가 아니라 “실험을 계속 돌리는 리듬을 만든다” 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가볍게 웃기게 만들었지만, 그 웃음이 관계에서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줄여준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 있는 첫 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