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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역사를 보다 떠오른 개발자의 미래

사진의 역사를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등장했을 때 예술의 규칙이 바뀌었듯, AI가 등장한 지금 개발자의 규칙도 바뀌는 중 아닐까?

사진은 회화를 없애지 않았다. 기준을 바꿨다

사진이 나오기 전에는 “정확히 그린다”는 능력이 큰 가치였다.
그런데 사진이 등장하면서, ‘정확함’은 더 이상 회화만의 특권이 아니게 됐다.

그렇다고 회화가 끝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질문이 이동했다.

  • 얼마나 비슷하게 그렸나 → 왜 이 장면을 그렸나
  • 손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 → 구도와 선택이 어떤가
  • 결과물이 멋진가 → 의도와 해석이 있는가

사진은 회화를 대체한 게 아니라, 회화가 다른 길로 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사진가라는 새로운 역할도 만들어냈다.
셔터를 누르는 손보다 프레이밍과 선택이 더 중요한 역할.

그렇다면 AI는 개발자를 없앨까? 아니면 기준을 바꿀까?

AI를 쓰다 보면, 코드든 문장이든 “생성”이 빠르고 싸다.
예전에는 구현 자체가 큰 산이었는데, 지금은 산의 모양이 바뀐 느낌이다.

그래서 내 머릿속 질문도 이런 방향으로 이동했다.

  • 얼마나 잘 코딩하나 → 무엇을 만들지 잘 정의하나
  • 얼마나 빨리 구현하나 → 어떤 품질 기준으로 고르나
  • 기능이 많나 → 사용자가 다시 오게 만드는 루프가 있나

사진이 ‘정확히 그리는 시대’를 흔들었다면,
AI는 ‘직접 구현하는 시대’를 흔드는 중일지도 모른다.

개발자의 역할이 바뀐다면, 어디로 이동할까

사진사에게 중요한 건 단지 “찍기”가 아니다.

  • 무엇을 찍을지 결정하고
  • 어떤 렌즈로 어떤 프레임을 잡을지 고르고
  • 결과를 선별하고
  • 전시(배치)로 의미를 만든다

이걸 개발자 역할에 대입해 보면 꽤 닮은 구석이 나온다.

  • 모델/도구를 고르고(스택 선택)
  • 입력과 제약을 설계하고(PRD/프롬프트/정의)
  • 결과를 선별하고(편집/검수)
  • 배포와 루프를 설계한다(노출/재방문/운영)

즉, ‘코드를 쓰는 사람’이 사라진다기보다
코드를 포함해 전체 흐름을 편집하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흐름.

내가 최근에 느낀 변화: 만드는 사람에서 고르는 사람으로

나도 여전히 코드를 쓴다.
하지만 요즘 내가 더 오래 붙잡고 있는 건 구현이 아니라 이런 일들이다.

  • 어떤 결과를 “공개할지” 고르고(큐레이션)
  • 어떤 문장이 눈에 띄는지 판단하고(훅)
  •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야 다시 오게 되는지 고민하고(갤러리/아카이브)
  • 이상한 결과는 어디서 막을지 정하고(운영/품질)

생성이 쉬워질수록, 내 일은 “만들기”보다 선택과 편집 쪽으로 기울었다.
사진 역사에서 봤던 그 이동과 닮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개발자’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진이 예술을 없애지 않았듯, AI가 개발자를 없애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개발자가 “무엇으로 평가받는지”는 달라질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개발자는 점점

  • 구현자(Product Engineer)에서
  • 편집자(Product Editor)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지도 모른다.

내가 최근에 그걸 먼저 체감하고 있는 것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