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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증기기관/전기/플라스틱같은 범용기술일까?

문득 AI는 증기기관, 전기, 플라스틱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든 쓸 수 있는 기술. 그래서 초반에는 모두가 “이걸 어디에 써야 하지?”에서 헤맨다.

증기기관은 운송을 바꾸기도 했고, 공장을 돌리기도 했고, 산업의 속도를 바꿨다. 전기는 조명에서 시작해 모터와 통신을 거쳐, 이제는 거의 모든 산업의 바닥이 됐다. 플라스틱은 형태가 없다가, 공정과 규격을 만나면서 부품도 되고 옷도 되고 생활의 거의 모든 곳으로 퍼졌다.

AI도 같은 축에 있다. 다만 우리는 그걸 ChatGPT 같은 “대중적인 얼굴”로 먼저 만났을 뿐이다. 본질은 특정 분야의 기능이 아니라, 다양한 시스템에 붙을 수 있는 범용 능력이다.

하지만 범용 기술은 “가능성”만으로 제품이 되지 않는다. 제품은 결국 **스펙(규격)**을 통과한 결과다.

플라스틱으로 실을 뽑아 옷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런데 옷이 되려면 조건이 붙는다. 뜨거운 세탁을 버텨야 하고, 유연해야 하고, 늘어짐이 통제돼야 하고, 피부에 닿는 감촉도 맞아야 한다. 즉, 재료가 아니라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공정이 제품을 만든다.

AI도 똑같다. “모델이 똑똑하다”는 건 출발점일 뿐, 쓰임새에 맞춰 규격화·검증·운영이 붙어야 상품이 된다.

퇴사하고 직접 만들어 팔아보지 않았다면, AI를 이렇게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직접 만들고 배포하고 운영하면서, 비용과 오류와 사용자의 반응까지 한 덩어리로 보게 되니 AI는 “신기한 기능”이 아니라 “범용기술”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관점을 갖고 나니, 내가 왜 AI를 이용해서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는지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졌다.

그게 내가 MBTI 팩폭기를 만들며 집요하게 붙잡았던 지점이기도 하다. 나는 AI가 멋진 문장을 뽑아내는 것보다, 균일한 수준의 결과를 내는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 • 출력 톤이 흔들리지 않고 • 금지해야 할 표현은 피하고 • 실패할 때도 안전하게 멈추고 • 사용자가 “이 도구는 믿고 써도 된다”는 감각을 갖는 것

이건 “프롬프트를 잘 짠다”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 규격을 세우고 공정을 만드는 문제다.

AskStock으로 넘어오면서 ‘한 단계 커졌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능이 더 많아서가 아니라, AskStock은 더 직접적으로 신뢰/정합성을 요구한다. 콘텐츠 도구는 실수해도 취향이나 톤의 문제로 수습되는 경우가 많지만, 의사결정과 가까워질수록 스펙이 달라진다.

그래서 AskStock에서 내가 만드는 건 “더 많은 답”이 아니라 “더 안전한 답”에 가깝다. 근거가 드러나야 하고, 애매함은 애매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출력 형식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비용과 속도도 운영 가능해야 한다.

AI는 엔진처럼 강력하지만, 엔진만으로는 달릴 수 없다. 차체(코드), 연료(데이터), 계기판(UI), 정비(운영)가 붙고, 무엇보다 브레이크(검증)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내 관심은 “AI가 뭘 더 할 수 있나”가 아니라, “이 스펙을 만족시키는 공정을 어떻게 만들지”로 이동하고 있다. 어쩌면 다음 단계는 새 기능이 아니라, 제조라인의 완성일지도 모른다.

범용 기술이 산업을 바꾸는 순간은, 가능성이 많을 때가 아니라 표준과 공정이 생길 때다. AI도 아마 그렇게 퍼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작은 제품들을 만들며 그 흐름을 내 손으로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